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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가는 여정_자신을 알기 위한 코스 참가 후기

애즈원 세미나, 사이엔즈스쿨 코스

by 큰구름 2019. 11. 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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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가는 여정_자신을 알기 위한 코스 참가 후기]

2019.10.23-29.여신주현

 

# 지금 사는 곳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서 일 주일간 코스를 했다. 3년 전에 반 년이나 공동주거 생활을 했던 엘리시움에서. 내 손에서 늘 떠나지 않다시피한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어 꽤나 어색하긴 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금단증상(?)이 심하지 않은 것이 의외였다. 늘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어딘가에 연결되고 싶은 마음도 많았지만, 지금 현재에만 집중하고 싶은 욕구도 꽤나 있었나 보다. 휴대폰만 사용할 수 없을 뿐인데, 시간을 확인하는 것도, 날짜를 확인하는 것도 힘들게 느껴졌다. 산책은 자유롭게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와 꽤나 차단되었다고도 느껴지는 것도 재미있었다. 

첫 날과 둘째 날까지는 피로와 수면부족으로 인해 탐구시간에 졸기도 하고 집중이 안 되는 느낌이었는데, 이틀간 잘 먹고 잘 자고 나니 셋째 날부터는 거의 졸지 않고 집중해서 탐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처음 이틀간은 시간이 엄청 안 가는 것 같더니, 3,4,5일차가 후다닥 지나가 버리고 벌써 마지막 날 밤이다. 

 

자신을 알기 위한 코스를 함께 한 참가자와 스텝

 

# 엄마로서의 내가 익숙해져서 이렇게 혼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엄마였던 나를 잊을만큼 집중이 잘 됐다. 아이들과 일주일을 떨어져 지낼 때 아이들이나 깡순이 힘들지 않을까 꽤나 걱정됐는데, 중간에 젖이 불어 아파서 4일차에 다녀와보니 우율이와 깡순 모두 넘 잘 지내고 있어서 무안할 지경. ㅎㅎ함께 해준 친구들 덕이 참 클 것 같다. 1년 반만에 우율이와 온전히 떨어져 일주일간 나에게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 깡순과 친구들, 그리고 우율이에게 참 고마운 마음이다. 

# 코스 2,3일차까지는 아이들이 잘 지낼까? 하는 걱정이 있을 뿐 썩 보고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엄마면 당연히 아이들이 보고 싶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강박과 ‘나에겐 모성애가 부족한 것인가’라는 자책이 좀 올라왔다. 그 마음 또한 잘 살펴보았더니 4일차에는 1시간 정도 놀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고, 5일째는 2시간 정도, 그러다 5일차 밤에는 이부자리에서 만지는 우율이의 보드라운 볼과 손을 생각하며 가슴이 설렐 정도로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어젯밤(6일차)에는 그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우리 집 앞까지 산책을 가서 바깥에서 우리집을 잠깐 지켜보고 왔다. 엄마니 당연히 아이가 보고 싶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보고싶다는 마음이 내 안에서 진심으로 올라오는 상태가 너무 반가웠다. 

그런 뒤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을 내가 뒤늦게야 보였다. 우율이가 안 보고 싶은게 아니라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런 시간을 보내는게 좋았던 거구나하고 스스로가 이해됐다. 다시 현실로 가면 우율이 뿐만이 아니라 내 상태를 잘 보아가며 챙겨야겠다 싶다. 아, 물론 깡순도.

# 첫 날 감각과 맛에 대해 살펴보며 ‘내 감각이 맞아(옳아)’라고 확고하게 믿고 있는 내가 보였다. 내가 맛없다고 생각하는 음식은 ‘맛이 없는 음식’, 내가 더럽다고 생각하면 ‘더러운 것’,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면 ‘예쁜 사람’ 등 내가 감각하는 것들이 당연히 맞고 그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던 것이 보였다. 그런 내 생각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사람은 미워하거나 공격하기도 했고, 꽤나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나마 깡순이 옆에서 균형을 잡고 있으면서 나를 일깨워준 것들이 꽤나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참 고마운 마음이다. 

# 코스에 집중해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코스에 대한 나의 생각이 꽤나 굳어 있었구나 하는 것도 느껴졌다. 예전에 했던 애즈원 세미나의 경험이라던지 코스를 하고 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나의 판단이 작동해서 만들어진 듯 하다. 애즈원 세미나의 코스는 ‘머리로만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있었는데, 막상 탐구에 들어가니 단순히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고, 자연스레 행동까지 바꾸게 되는 느낌이었다. 애즈원 커뮤니티에서 얘기하는 ‘알다’라는 개념이 이런 것이겠구나 싶었다. 내가 생각했던 ‘알다’는 머리로 하는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번 코스를 통해 진짜 ‘알다’라는 건 그것만이 아니라 ‘깨닫는 것’ 더 큰 개념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 숙제로 안고 왔던 구나몬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꽤나 실마리가 풀린 느낌이다. 아무리 머리로 ‘이렇겠지’, ‘이건 내 생각이고...’를 되뇌어도 화나고 분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우선은 코스 중간중간 생각이 나거나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계속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미궁같은 느낌은 계속 되었지만, 4일째에 ‘관찰하다’라는 테마로 탐구를 하다가 히로야가 ‘곤충이나 꽃을 관찰할 때 그것을 바꾸려고 하진 않잖아?’라고 했던 것이 내 머리를 때렸다. 자각 후에는 반성이 자동으로 따라 붙어야 한다는 강박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랄까. 

그런 흐름으로 진짜 내 마음을 판단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관찰해보니 내가 정말 많이 지지받고 싶었구나가 마음 속 깊이에서 올라왔다. 그 마음을 진하게 느끼고 나니 내 스스로에게 짠한 마음이 들었고 눈물이 났다. 신기하게도 그 마음을 그렇게 느끼고 나서 구나몬과의 관계를 살펴 보니 화가 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난 구나몬이 나를 화나게 했다라고 생각했는데, 내 지지받고 싶은 마음이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 꽤나 상처같이 느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구나몬이 나를 지지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본인을 지지받거나 수용받고 싶었던 것에 가깝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여튼 정말 신기한 건 그 관찰 이후 구나몬에 대한 화가 꽤나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꽤나 무거운 숙제로 안고 왔는데 실마리가 좀 풀린 듯해 다행스럽다. 몇 달 동안 얼굴도 보기 싫고 얘기도 듣기 싫었던 구나몬과 이젠 이야기를 나눠볼 수도 있을 것 같다. 

 

# 코스에서 탐구 테마를 함께 풀어 나가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그 안에서 히로야나 찐짱의 태도나 표현방법이 더 진하게 남아있다. 코스 안에서나 일상생활에서 상대에게 꽤나 집중하여 들으려 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자신의 의견을 제안하고 어떤 방식을 일방적으로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의견이나 상태를 계속 보아가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이것은 이렇다’, ‘그건 틀렸어’라는 단정의 표현보다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지 않을까?’처럼 자신의 의견을 무조건 옳다고 하지 않는 듯한 말투와 태도도 참 인상적이었다. 코스가 끝나고 일상에서 그 느낌들을 잘 간직해서 나도 그렇게 해나가고 싶다. 

 

# 여기에서 생긴 용자와의 갈등도 꽤나 인상적인 경험이다. 탐구시간에 자주 개입해 (사실은 내가 개입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만) 질문, 분석, 설명을 하는 용자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방해받는 기분이 들어 이야기를 했다. 용자는 꽤나 무겁게 그 얘기를 받는 느낌이었고, 이후 꽤나 경직되어 보였다. 그런 상황이 불편해 함께 하자고 한 산책길에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듯 했고, 더 답답해졌다. ‘용자는 (역시) 말이 통하지 않아’라고 단정짓고 나니 단절하고 싶은 마음까지 올라왔다. 

그렇지만 진짜 내 마음을 살펴 보니 단절하고 싶은 맘보단 함께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용자를 탓하기 보다는 내 마음에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기다렸다. 그랬더니 용자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나를 탓하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고, 용자 이야기를 하는구나라고 느껴졌다. 용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용자의 상태가 좀 보이고, 행동이나 마음도 조금 더 이해되는 듯 했다. 

이렇게 잘 풀리는구나 했는데 웬걸 6일차 아침식사 시간에 또 무언갈 얘기하다가 용자가 불같이 화를 냈고, 이후에도 계속 혼자 화가 나있었다. 솔직히 ‘이제 더 이상 (우리 관계는) 어렵겠다’라는 마음까지 올라왔고, ’용자가 저렇게 화를 내는 건 내가 원인제공을 했어’, ‘사람들이 나를 못됐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등등 꽤나 불편하고 복잡한 마음이 들어 용자와 억지로라도 풀어야하나 초조한 마음도 올라왔다.  조금 더 들여다보니 여전히 용자의 화를 받아주고 싶진 않은 내 마음이 보였고, 용자보다는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것이 지금 현재의 우리 관계에는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결국 저녁시간 이후 어떤 깨달음을 얻고 화가 풀린 용자는 다시 웃었고, 나에게 사과(?)까지 할 정도의 여유도 보였다. 그렇게 꽤나 갈등이 깊다고 느껴지는 상황이 여러 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한 친구들이 손가락질하거나 자신의 불안 때문에 화해를 강요하지 않고 잘 기다려 준것이 참 고맙다. 그것이 나와 용자에게는 스스로의 상태를 잘 살펴보는 데 꽤나 큰 도움이 된 느낌이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일이 또 일어난다면 (아마 자주 일어날 것 같다) 이 경험을 떠올려 잘 적용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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