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이의 스즈카유학이야기 3
애즈원네트워크코리아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재원이가 일본 스즈카에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2주간의 자가격리가 끝나자마자 '애즈원 사이엔즈 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의 준(準)아카데미생으로 지내며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을 나누는 공유회를 열었습니다. 요 사이 두 세 번 정도 만나서 유학 이야기를 들었는데, 재원이에게 받는 느낌이 전과는 꽤 달랐습니다. 눈빛이 깊어졌다고 할지 편안해졌다고 할지, 약간 우수에 차 보이는 느낌도 있고 ^^ 착 가라앉았지만 무겁지 않은 느낌, 아빠처럼 온화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스즈카에서 어떤 경험들을 했는지, 어떤 알아짐이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반가웠던 유학공유회였습니다. 재원이가 풀어낸 두 달 여의 스즈카 유학기, 여럿이 함께 나누고 싶어 정리해봤습니다. 다정이 녹취를 풀고, 진선이 정리했습니다.
2편에 이어서
어떤 직장을 만들어가고 싶은가
처음에 도시락가게에 갔을 때 (브라질에서 온 유학생) 지에고가 ‘자신은 여기서 어떠한 직장을 만들어가고 싶다, 어떻게 도시락을 만들고 싶다, 어떤 모습으로 손님들이나 전달하고 싶다’ 이런 걸 먼저 이야기하더라. 그 다음에 ‘일은 이렇게 하면 좋겠다, 지금 여기는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 라고 설명하는 게 새로웠다. 작년에도 5개월 정도 직장연수를 했지만 작년과 또 다른 느낌. 전부터도 ‘사람이 만족되는 회사’를 해 나가고 싶다는 표현은 했지만, 최근에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어떤 과정으로 그런 것들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디테일하게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일이 많으면 힘들다’ 라는 건 당연한 것인가?
직장연수에서 살펴진 것이 있다. 나는 쉬는 날이었는데 주문이 많아서 일이 평소보다 늦게 끝난날이 있다. 당연히 ‘아이들(아카데미생들) 힘들었겠다’ 라고 생각했다. ‘일이 많으면 피곤하다. 별로다’ 설거지 거리가 엄청 쌓여 있는 걸 보고 ‘아, 많다’ ‘언제 다 하지’ 하는 생각이 바로 든다. 사카이상이 ‘일이 많으면 힘들다’ 라는게 당연한 걸까 물었다. 내가 일이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살펴지게 됐다. 도시락 설거지거리가 많이 쌓여있다는 건 그만큼 많이 만들었고 사람들이 많이 먹어줬고 그런 과정이 있는데, ‘힘들다’로 쉽게 파악되는 상태. 일에 대한 내 관념이 어떻게 되어있을까. 먹을 게 많으면 ‘와 먹을 거 많다’ 이러는데. 왜 설거지 거리가 쌓여있는 건 일이 많다, 피곤한 일이다. 이게 왜 당연하게 되어있을까. 더 많이 일해서 더 많이 즐거웠다던지. 그런 것도 있을텐데. 그 쪽은 보지 못하고 있구나.
그런 걸 살펴보다 지에고와 나눈 이야기가 있다. 지에고가 일 마치고 애즈원하우스(유학생 기숙사)에 돌아가서 맥주마시고 싶다. 맥주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단다. 냉장고 문을 딱 열었는데 맥주가 한 캔 있었다고 한다. “예쓰!” 하면서 맥주를 탁 마셨다고 한다. 맥주가 한 캔 있지 않을까 하고 봤는데 여섯 캔이 있으면 얼마나 기쁘겠냐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일이라는 것도 그런 느낌으로 하면 정말 좋지 않을까? 얘기하더라.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쉽진 않을 거 같지만(웃음)
도시락 가게의 실제는?
도시락 가게에서 보통 하루에 7~800개 정도 도시락을 만든다. 많으면 1000개까지도 만든다. 밥을 하는데 밥이 조금 질어졌다던지, 밥을 푸다가 좀 떨어뜨렸다던지 하면 쉽게 자책한다거나 ‘잘할 수 있었는데’ 하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런 걸로 마음이 무거워진다거나 하는 건 자신이 한 일만 보여지는 상태 같다. 매일매일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가지고 800명, 900명, 1000명 분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과 움직임이 있고, 그게 다시 한사람 한사람한테 도달되고 있다. 그런 전체적인 쪽에 눈이 잘 안가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만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도시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떻게 되어있나? 반찬 담는 일, 모리츠케라고 하는데 보통 6시에서 6시 사이 일이 시작된다. 주문이 많으면 모리츠케 시작시간이 당겨진다. 그러면 그 단계인 조리팀 시간도 당겨진다. 모리츠케가 6시 시작이면 3시반 4시에 조리가 시작된다. 조리팀 사람은 2시 반쯤 일어나서 나온다. 조리팀의 움직임에는 전혀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와 대화하다가 그 얘기를 들었다. 그런 것들이 자신 안에 좀 들어오니까, 지금 반찬을 담는다거나 일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어떤 (전체적인) 기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던지가 더 느껴지더라. 이런 것들이 보여지면 꽤 마음에서 느껴지는게 있더라.
음식 재료가 만들어지고, 그게 도시락 가게에 와서 손질되고, 음식으로 만들어진다. 조리를 하고, 반찬 담고 배달하는 데까지 그걸 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란 게 있지 않다. 이런 것도 있고.. 모리쯔께라고 한다면, 지에고라는 친구가 마음을 가지고서 그 장을 만들어 가고 있고, 조리는 켄지나 미유키상이 어떤 마음을 갖고 그곳을 운영해가고 있다. 그런 사람의 마음을 알아가고 접하고 나서, 거기에 또 나의 마음이 일어나는구나. 이런 게 재밌더라
본래의 마음이란, 늘 애정이 있는 상태
가서 살펴 본 중에 ‘본래의 안심 안정’이란 테마도 있었다. 마음의 작용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어딘가에선 늘 좀 더 쾌적한 상태, 혹은 안심한 상태를 바라고 있는 것이 있더라. 행복한 것을 구하고 있다. 그건 바뀌지 않고 있구나하는.
각자의 본 바탕은 늘 건강한 상태, 늘 애정이 있는 상태가 아닐까. 흔들림 없는 그런 자리가 있는것 아닐까. 이런 게 더 느껴졌다. 사람을 보거나 대하거나 만날 때, 지금 저 사람의 드러난 부분이 조금 불건강하다거나 불안하다거나 아니면 흔들린다거나 이런 게 있을진 모르지만, 정말 그 사람 안에 있는 가장 밑바탕이 되는 부분, 마음 밑바탕은 늘 건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게 느껴지면서 사람을 볼 때, 인식하고 파악할 때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회는 부모와 같은 마음
사회라고 하는 부분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좀 다가온 게 있었는데. 그런 데서는 가족이 어떻게 구성되는 가라는 데서는, 부모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가족이 생기는구나. 사회가 된다는 것도 사회적인 부모랄까, 사회에서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겨나는 거에 의해서 되어가는 게 아닐까라는 지점. 사회에서 사랑받은 사람이 다시 사회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되어가겠구나. 그런 마음에서 이루어지는 사회기구, 운영이라고 하는 측면이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기구나 조직이 있다거나 하는 것도 그걸 해 가려는 사람들의 마음이나 목적이 있겠구나. 이런 게 잘 보여왔다.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가는 부모의 마음처럼, 사회도 그런 마음으로 같이 만들어 가면 좋겠다.
한 걸음 한 걸음 마음 속에 꽃이 핀다
마지막으로 이건 흥미 블로그에 있는 사진인데. 좋아가지고 가져왔다. 부처님이 열반하신 보드가야 대탑 옆에 이렇게 꽃이 놓여져있다. 흥미가 사진 올려놓고 밑에 쓴 글이 있다.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열반하시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 그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길에 꽃이 피었다. 경전에서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꽃이 피어났다’ 라는 표현이 경전에 있다. 흥미의 글에는, ‘부처님이 깨달은 걸 찬양하기 위해서 그렇게 표현하는 게 아닐까라고 전에는 생각했었는데, 그럴 수도 있지만, 이렇게 깨달았다거나 뭔가 느껴진 사람 속에서는 그냥 그 사람이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그 사람 안 에서는 늘 꽃이 피는 상태가 아닐까? 그 사람 안에서 피는 세계를 표현한 게 아닐까?’ 이런 내용이었다. ‘위대한 부처님이나 위대한 성인이 있다. 그러니 그런 사람처럼 되자 라기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그런 상태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 사진을 가지고 와 봤다.
지금까지 스즈카의 여러 코스도 하면서, 큰 흐름에서 여럿이 같이 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로 해가는 이 여정을 같이 천천히 맛 보아가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들을 서로 충분히 맛 봐가면서, 가벼움과 자유로움 속에서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다.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빨리 이렇게 되고 싶다 이런 쪽보다, 이 과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
“하나의 여정을 천천히 맛보아 가면서
인간애, 사회애를 맛보아 가면서
없는 가벼움 자유로움을 맛보아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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