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사에 사는 정인이라는 친구가 두달 남짓 스즈카에 체류하고 돌아왔습니다. 사이엔즈스쿨 연수프로그램 하며 어땠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고 싶은지 들어보았습니다.
1편에 이어서
Q. 매일 연수일지를 썼다. 그걸 매일 읽으면서 일본에서 연수생들이 꽤 충실하게 일상에서 자신을 살펴가고 있구나 생각했다. 자신을 관찰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엄청 비교하고 내가 있었다. 일상화레슨에 연수생은 금자, 나, 연오짱 셋이 참여하고, 스쿨에서 오카베상과 타케모토상 진짱이 들어왔다. 미팅에서 오카베상이 금자한테 질문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거나 연오한테 더 질문을 많이 한다거나 두 사람한테 더 길게 물어봐준다 이렇게 파악됐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연수생으로서 엄청 못 하고 있다고 생각됐다. 미팅 중에 막 울었다. 잘한다 못한다라는 판단, 사람에 대한 상하감(上下感)이 생기면서, 그런 게 진짜 있는것처럼 느껴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과 나를 계속 비교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정말 신기한 것 같다. 왜 그런 걸 하고 있는 걸까? 언제부터 그랬던걸까?
전체적으로 연수하는 내내 ‘자신을 관찰한다’ 라는 부분이 잘 안 되는 느낌이, 있다. 꼴 보기 싫은 자신이라던지. 자신의 어떤 상태가 여실히 드러나는 느낌이 좀 힘든 느낌이 있었다. “나는 왜 이러지” 라며. 카페에 글을(연수일지를) 쓰고 나서도 너무 부끄러운거다. 연오짱이 (먼저 돌아가면서) 자전거 가져간 것이 왜 그렇게 화가 나고 막 발로 차고 싶은지(웃음). ‘뭐야 이 괴물 같은 나는’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 이 연수는 그런 자신의 상태를 그냥 점검 하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지난 한 30년 동안 내가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뭐. 나는 이렇게 해야만 한다. 이런 게 엄청 단단하구나 이런 거를 점검하는건가. ‘나는 이렇게 움직이고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구나’ 이런 상태점검 자체가 힘들구나 싶었다. (웃음)
Q. 생활하면서나 사람에 대해서 인상적이었거나 기억에 남는게 있나?
신기했던 게 아카데미생으로 온 친구들 중에서, 유우키랑 아야짱이 농장에서 같이 일했다. 아야짱은 3월에 유우키는 5월에 왔다. 어느 날 유우키짱이 농장에서 막 울었다. 아코상이랑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유우키가 아코상한테 ‘아코상은 어떤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물었다. 아코상이 뭔가를 말했고 유우키가 막 울었다. 그리고는 이야기하면서 또 웃고 울고 그랬다. 그런 것을 보는데, 유우키가 무장해제 되는 느낌. 마음이 열려지는 과정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사람한테 받아들여진다고 할까. 그런 느낌. 아야짱도 엄청 장난을 친다거나, 엄청 가벼운 느낌으로 나한테 대한다거나 그런게 약간 감동이었다. 나 자신도 점점 이것저것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가볍게 하게 되는…아 이런 건 뭘까 싶었다.
Q. 생활하면서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
한국에서 밤에 혼자자는 걸 진짜 무서워했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으로 “그냥 어두울 뿐이야. 혼자 잘 수 있어. 어른이면 혼자 자야지” 라든지 “귀신은 없어. 하나도 안무서워” 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해도 잠이 안왔다. 불을 켜야지 혼자 잘 수 있었다. 일본에서 룸메이트인 연오짱이 어느날 코스에 들어가면서 혼자 자는데 정말 그냥 아무렇지 않게 불끄고 자게 됐다. 그게 뭘까. 아무리 생각을 강하게 한다고 해서, 자신의 상태가 안바뀌는 것 같다. 일본에서 바뀐 걸까 약간 궁금해지기도 했다. 몸이 바뀐다, 감각이 바뀐다…랄까. 이게 나한테 좀 큰 부분이었다.
Q. 아카데미생으로 가야겠다. 이렇게 생각된 계기가 있나?
마음 한 구석에는 ‘다툼이 없는 세상은 없을 거다’ ‘그런 것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불만이라던지, 이런 생각이 있는 상태로는 불안하다든지… 그런 생각이 있지만 그런 것보다 그냥 유우키나 아야짱, 하루카 같은 친구들이 꽤 열리는 느낌, 건강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어떤 과정으로 저렇게 열리는 걸까? 그냥 여기 오래 길게 있으면 되나? 혹은 코스에 많이 들어가면 건강해지는건가? 그게 궁금하다.
계속 뭔가 해야한다. 시키면 헤야한다. 그런 세상에서 그렇게 살아가야만 한다. 이때까지 내가 인식(파악)한 세상. 사람을 살리는 세상 그런 걸 정말 뭘까? 그런 환경 속에 있으면 나도 살아나지 않을까? 이런 기대감이 생기더라. 나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싶다.
이게 있어야만, 이를테면 남자 친구가 있어야만, 결혼을 해야만, 직장이 있어야만, 돈 있어야만, 그걸로 안심. 나는 항상 뭔가 부족해가지고 헐떡헐떡거리는 느낌이다. 미리 쟁여놔야할 것 같고 미리 어떻게든 해놔야 할 것 같고. 이런 상태가 아닌 정말 만족, 안심 상태는 뭘까 그것도 좀 궁금하다. 정말 풍요롭다면 그런 걸 하고 싶어할까? 사람에게 받고 ‘정말 풍요롭구나’ ‘이 상태로 만족스럽구나’ 그런 상태가 궁금하다.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진짜 몸으로 체험하는 거. 그런 게 궁금하다. 몸으로 알고 싶다.
Q. 한국에 와서 부모님을 만나고 어땠나? 느낌이 달라졌다던지?
시골에 부모님한테 다녀오면서도 정말 받고 있는 게 보여오는 느낌. 이 사람들이 나한테 바라는 것도 없이 왜 이렇게 해주는거야? 이런 느낌으로 보이는게 재미있었다. 앨범 사진 봤는데 어릴 때 내 목욕하는 사진을 연사로 찍어서 그걸 다 붙여 놔 거야. 그런 거 보면서 정말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어릴 때부터 받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었다. 뭐 싫은 부분은 여전히 싫은 것도 있지만(웃음). 부모님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나에게 말걸어 준다든지 이런 게 감동적인 느낌이 있다.
Q. 한국에 온지 며칠 지나지 않았다. 요즘 살펴보고 있는 테마가 있나? 혹은 관심사?
목적과 목표의 차이?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은 있는데 그걸로 엄청 조급해진다. 따야만 한다라는 생각이 딱 붙어있다. 하고자 하는 마음과 해야한다가 구별되지 않는다. ‘따야해’ ‘따려면 어떻게 해야지?’ 이런 생각의 패턴. 아카데미생 하려면 뭘 해야지! 일본어 공부를 해야지! 지금 해야지! 해야지!! 이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걸 하려고 하는데, “해야지!” 스스로에게 엄청 압박을 주는 느낌이다.
Q. 내년에 아카데미 간다는 전제로, 그 전에 한국에서 두 달 정도 지낼 텐데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나?
(인터뷰하면서) 이런 거 저런 거 다 말했지만 ‘진짜 뭘 하고 싶어서 일본에 가려고, 아카데미생을 하려고 하는 걸까’ 이런 걸 좀 더 내 속에 분명해지면 좋겠다. 태어나서 이때까지 ‘이걸하고 싶다 저걸하고 싶다’ 라며, 계속 어떤 욕구로 움직여왔는데, 지금 나는 정말 뭘 하고 싶어서 아카데미를 한다고 하고 있는 걸까? 뭘 하고 싶어서 여기 우동사에 살고 싶다고 하는 걸까? 그런게 좀 가볍게 꺼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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