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사에 사는 정인이라는 친구가 두달 남짓 스즈카에 체류하고 돌아왔습니다. 사이엔즈스쿨 연수프로그램 하며 어땠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고 싶은지 들어보았습니다.
Q. 간단한 자기 소개
이름은 김정인. 작년부터 우동사에 살고 있다. 20대 초반에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만난 언니 오빠들이 우동사를 한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돈 아끼려고 들어왔는데 우동사에 있으니까 꽤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면서 그 전에 서울에 혼자 살 때 마음이 헛헛해서 이것저것 했던 거구나 알게 됐다. 우동사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스즈카를 접했다. 작년 여름 애즈원세미나에 참여했다. 그후 세미나 멤버들과 매주 모임을 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겨울에 ‘자신을 알기 위한 코스’와 ‘자신을 보기 위한 코스’에 참여했고, 스즈카에서 하는 것들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
Q. 7월 23일 10월 1일까지 두 달 조금 넘게 스즈카에 체류하며 ‘사이엔즈 스쿨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꽤 긴 기간인데 연수프로그램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인간의 생각임을 안다’ 라던지 거창하게 그런 말을 했었지만, 진짜 내 속 마음은 달랐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상황이 괴로웠고, 그 생각에 계속 빠지게 됐다. 거기에서 좀 벗어나려고 도피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계속 생각 하다가는 안되겠다 하는 느낌. 그게 더 실제에 가까운 이유였다.
Q. 연수프로그램의 일상은 이루어지나?
일과는 평소에는 6시 반에 팜에 가서 직장연수를 했고 오후에 돌아와 일본어 공부하고 요가도 하고 같이 연수를 했던 연오랑 관찰프로그램도 했다. 오후 5시부터는 푸치미(쁘띠미팅의 일본식 표현)라는 미팅을 했다. 중간에 푸치미가 일상화레슨으로 바뀌었다. 연수생들이 하루 일과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관찰하듯이 돌아보고 꺼내서 살펴보는 시간이다. 기본 테마는 ‘자신의 인식, 감각이라는 자각이 있는가’ 였다. 그리고 저녁에는 그날그날의 일지를 작성.
매주 수요일에는 직장연수 미팅을 했다. 팜의 코이치군, 연오랑 함께 했는데 그 미팅이 재미있었다. 처음에 직장연수를 받아들일 때 (면접처럼) ‘우케이래 미팅(받아들이는 미팅)‘을 했는데 그때 코이치가 ‘(사이엔즈 스쿨의) 코스를 하는 것처럼 직장에서 해본다는 느낌으로 하면 어떨까’ 제안했다.
Q. 직장연수에서 어떤 것들이 살펴졌나?
직장에는 ‘상사나 부하가 있다’, ‘명령이나 지시가 있다’ 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보이는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으로 가져본다는 것이 흥미롭게 들렸다. 사람들의 말이 ‘지시’로 들리는 나의 패턴이 보였다. “6시 반에 와 주세요” 라는 말이 “6시반까지 가야 한다” 로 들린다. ‘6시 반 전에 오는 사람은 착하고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고, 그 이후에 오는 사람은 게으르고 나쁘다’라고 판단한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일부러 6시 반에 안 맞추려고 한다. ‘시간 그런 거 안 지켜도 되니까’ 라든지 ‘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지’ 라며 더 반발하는 느낌으로 항상 늦게 간다거나 했다. 학교 다닐 때도 관심을 받고 싶어서 일부러 파마를 한다던지, 반항을 해서 더 튀어보이려고 했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딱 봤는데 6시 48분이었다. 엄청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반대로 행동한다고 해서 시간이나 규칙을 신경 안쓰는 게 아니구나. 오히려 엄청 신경쓰고 있었던 것이다. ‘스즈카 사람들은 시간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처럼 행동을 해도, 그 마음의 상태는 절대 따라할 수가 없는 거구나 싶었다.
Q. 그런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 실제 일상에서 뭔가 달라졌나?
다음 날 일을 하면서 보는데 ‘일을 해야 한다’가 나에게 기본으로 되어있었다. ‘내가 일을 하니까 조이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연수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라는 식으로. 음식을 먹기위해, 연수를 하기 위해서 매일 6시간 동안 내가 ‘일(노동)을 한다’. 내가 농장에 뭔가 해주고 있다. 기브앤테이크. ‘노동’에 대한 이미지도 즐겁지 않다. 억지로 한다. 되도록이면 안하고 싶다. 이런 느낌이다. 스즈카의 직장연수가 나에게 ‘직장에 가서 노동을 하고 월급을 받는다’로 되어있다는게 점검됐다. 이곳이 나를 위한 장(場)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상태. 그 부분이 확인된 느낌. 이를테면.
농장에서의 연수기회는 어떤 목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것인지라는 것이 살펴볼 계기가 됐다. 그때 마침 사토상의 ‘살롱’에서 ‘본래의 사람과 사람사이는 해받는 관계’ 라는 부분에 대해 검토했다. ‘사람에게 해받고 있다’ 이게 어떤 걸까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 시기였다. 그 전에는 내가 일을 해서, 어떤 행위를 해서 댓가로 음식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람들이 내 얘기를 들어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 좀 다른 느낌이었다. 농장의 장소라던지, 오이 오크라 등 수확물에 대해서, 그런 것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서 내가 움직이게 해준 느낌이랄까…. 이곳은 내가 사람들과 함께 해 나갈 수 있게끔 해 주는 장(場)이구나. 매일매일 사람 사람의 행위를 받아서, 나의 아주 조그만 행위로 오크라가 판매까지 갈 수 있다. 내가 그 일부가 되는. 다른 인간에게 해받고 해준다. 이런 행위를 계속 할 수 있게 해주는 장(場)처럼 느껴지는게 있었다.
기본소득에 대해 이야기할때,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사람들은 아무것도안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사회가 무너진다라는 두려움 혹은 걱정이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생각이 좀 있는 거 같은데. 내 자신이 사람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어지고, 나도 사람들과 함께 해 나가고 싶어지고… 이런 게 꽤 크게 있구나라는게 느껴졌다.
Q. 아카데미생으로 스즈카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다시 가면 직장연수를 하게 될텐데, 직장연수에서 계속해서 살펴보고 싶은 것이 있나?
‘논다’ 라는 것과 ‘일한다’ 라는 것이 왜 이렇게 나한테 다른 것일까? 살펴보고 싶다. ‘사람들이 함게 뭔가를 한다’ 드러나는 행위로 보면 다르지 않은데, 두 가지가 내 안에 엄청 다른 느낌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을 한다’고 할 때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느낌이 많다. “이거 하고 싶어”. “이거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이렇게 해 보고 싶은데” 라든지 이런 말이 가볍게 나오지 않는다. 상대가 “이런 거 해주면 좋겠어” 라고하면 엄청 시키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야기를 들으면 “해야한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로 생각된다. 반면 ‘논다’고 할 때는 엄청 가벼운 느낌이다. 일하면서도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실험해보고 싶다.
>> 뒤에 이어서
인간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커뮤니티란?_강연 스케치 (0) | 2020.01.14 |
---|---|
[스쿨연수이야기 2] 사람이 살려지는 환경이란 (0) | 2019.10.19 |
[스쿨 연수를 해보고] '사람의 행위를 받는다' (0) | 2019.10.08 |
[내관코스 해보고] 당연하게 되어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 (0) | 2019.10.07 |
[스즈카 체류 이야기] 인생의 목적을 안다 (0) | 2019.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