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즈원 스즈카 커뮤니티 내관프로그램 참여자 인터뷰
9월의 세 명의 친구들이 일본 스즈카에서 내관 프로그램(이하 내관코스)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내관은 차분히 자신의 인생을 마주하며, 객관적으로 자신의 성립과정을 알아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가까운 주변사람들로부터 영향을 주고 받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서 자신에 대해 알아갑니다.
내관을 하며 느끼고 깨달은 소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 싶어 인터뷰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세 명의 내관코스 참여와 체류 이야기를 6회에 걸쳐서 소개합니다.
금자 이야기 1 : 내관코스 해보고
Q. 간단하게 자기소개
우동사에서 지내고 있다. 무직이고(웃음). 이름은 조금상, 동네에선 금자로 불린다. 예전에 스즈카 커뮤니티에서 유학을 했었다. 내가 살고싶은 방향으로 일상을 꾸리고 싶어서 명상을 하거나 동네친구들과 이야기모임을 하며 지낸다. 자각(自覺)을 베이스로 한 일상을 보내기 위해서. 예전에 출판사에서 책 디자인을 했다. 내 재능이 잘 쓰일 곳이 있으면 조금씩 작업도 한다. 서른 일곱 살의 여자네요. 풋. (웃음).
Q. 내관코스와 사이엔즈스쿨 연수프로그램(이하 연수프로그램)에 다녀왔다. 대략 어떤 일정이었나.
9월 31일부터 10월 17일까지, 18일정도 체류했다. 전반기에는 6박 7일 내관코스에 다녀왔고, 그 후 일주일은 사이엔즈메소드 연수프로그램에 연수생으로 참여하고 왔다.
(* 편집자주 : 사이엔즈스쿨(이하 스쿨) 연수프로그램은 사이엔즈메소드를 배우고 익히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스쿨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스즈카커뮤니티의 기반 위에서 직장연수와 일상미팅, 코스 참여 등을 통해 사이엔즈메소드를 익히는 장이다.)
Q. 내관코스와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원래는 내관코스가 아니라 10월 초에 일본에서 예정된 ’인생을 알기 위한 코스’(이하 인생코스)에 참가하고 싶었다. 인생코스 전에 일본어 워밍업도 하고(금자는 일본에서 통역없이 코스에 참여한다), 탐구하는 모드로 전환하는 기회로써 ‘내관도 참여해볼까’ 하는 정도였다. 백수로서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내관코스는 하지 말까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던 차에 재원이, 성희와 왜 스즈카에 가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번에 듣고 어땠어?’ 라는 질문을 받고 지난 내관 때 기억을 되짚어봤다.(금자는 이번이 두번째 내관이다). 인생에 있어서 인상적인 장면을 집중해서 살펴보고, 그것을 인터뷰어에게 꺼내서 이야기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주관적으로 그 장면을 해석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때론 그래서 감정이 격해지기도 하고. 그런데 '자신의 기억이다’ 혹은 ‘주관적 인식이다’라는 자각이 전혀 없구나 싶었다. 지난 내관에서 그게 꽤 명확하게 보여왔다.
다시금 돌아보니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떤 인상(기억)을 '사실화' 하고 있고, 그 인상이 이후의 행동에 꽤 영향을 주고 있구나 싶었다. 그렇지 않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어떤 기대감이 생겼다. 그걸 집중해서 해보고 싶다 생각하니, 인생코스와 별개로 내관코스에 참여하고 싶어졌다. (*편집자주 : 일본에서 10월 인생코스는 참여자가 적어 열리지 않았다.)
내관코스에서 나와서 사이엔즈 스쿨 측이랑 미팅을 했다. 사실 코스를 하고 싶다는 것도 사실은, 자신이 어떻게 파악해가고 있는지를 집중해서 살펴보고 싶은 욕구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스쿨 연수에 참여하게 됐다.
Q. 누구누구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살폈나?
엄마, 아빠, 언니, 동생, 동하, 다시 엄마에 대해 살폈다. 그리고 거짓말과 속임수라는 테마로도 살펴봤다.
Q. 살펴본 사람들 각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
엄마에 대해 살피며 : 당연하게 되어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
엄마로부터 해받은 것을(=엄마가 해주신 것을) 살펴보면서 ‘엄마한테 이렇게 해받은 게 많구나’ 좀 실감나더라. 감사함이랄까. 이런 게 엄청 '실감'되는 게 신기하더라.
옆집에 사는 사람이 1층부터 5층까지 내 캐리어를 들어올려준 적이 있었다. 그때 너어~무 고맙더라. ‘꺄악~ 너무 착한 사람’ 이러면서 뭐라고 챙겨서 주고 싶고. (남자친구인) 동하가 밤을 까서 놔주면 ‘하악~ 감동’ ‘너무 좋아’ 하면서, 엄마가 밤까서 줄땐 엄마가 그걸 해줬다는 의식도 없었다. 엄마한테도 받은 것이 많은데 엄마니까 그런 것들이 당연한 일로 되어 있었구나.
엄마에게 받은 것을 기억해내는데 처음에는 이벤트적인 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던가, 방학 때 같이 놀러갔던 거, 그런 특별한 일 위주로 떠올랐다. 그러다가 아주 사소한 것들이, 엄마가 매일 운전해서 학교에 데려다주고 하던 거, 그런 게 보여왔다. 안보이던게 살펴지면서 '엄마로부터 해받은 게 정말 어마어마한 것이구나' 알아졌다. ‘어떤 사람으로부터 이렇게 많이 해받을 수는 있는가? 이건 정말 불가능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면서 엄마에게 되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부모니까 감사해야지, 효도해야지’ 라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서 느껴지는 어떤 것. 머리로 아는 것과 다른.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해줬을까 알고 싶어지기도 하고. 엄마의 품에서 충분히 해받고 살았구나, 엄마를 통해서 내가 성립되었구나, 그런 걸 마음으로 알게 되니 좀 다른 느낌이 들더라.
그리고 엄마 뿐 아니라, 보이지 않지만 여러 사람으로부터 혹은 사회로부터 받은 것들이 많겠구나. 엄마와만의 관계로 내가 형성된 것은 아니니까. 엄마가 해준 것이 너무 당연하게 되어있어서 인식하거나 실감하지 못한 것처럼, 사회에서 받은 것도 그렇겠구나. 여러 사람에게 해받은 것들을 보아가면 뭔가 실감나지 않을까. 엄마라는 한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이렇게나 어마어마한데, 사회로부터 받은 것들은… 그런 실감을 하게 되면, 그 위에서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는 것 같다. '실제'로 받은 것을 볼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내 안에서 마음이 변화되고 움직이고 싶은 동력이 생기게 될 것 같다. 그런 방향으로 살고 싶다. (스즈카에서는 자신의 생각으로 인식하는 것과 구분하여 ‘실제’를 보아간다 표현을 쓴다.)
아빠에 대해서 살피며 : 세상에 큰일이랄 게 없구나
아빠에 대한 기억을 살피며 아빠와 다툰 장면이 떠올랐다. 그 장면이 나에게 큰 사건처럼 되어있었다. 전에 나한테 화를 낸 적이 없었는데 그때는 크게 화를 냈다고 인식해서 ‘정말 큰 일’로 내 기억에 남아있었다. 아빠에게 불효를 했다라는 것도 있고. 이번에 내관하면서는 그 순간의, 딸에 대한 아빠의 바램과 내 인생에 대한 내 생각이 달랐구나. 그냥 그거구나. 그게 큰일은 아니구나. 이렇게 생각되면서 좀 홀가분해지는게 있었다. 이번 내관에서 보여진 것 중에 그게 가장 남아있다. 좀 컸다. 가벼운 느낌이 들고 좋더라.
살면서 큰일이랄 게 없겠구나. 내가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구나. 그런 생각. 왜 큰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그 부분을 살펴가고 싶다.
언니와 동생에 대해 살피며 :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는 게 있을까
어렸을 때 나는 야구에 전혀 흥미가 없었는데 동생이 야구장 가자고 했다. 같이 한번만 가자고 해서 갔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중학교 때는 시즌이 되면 매주 야구를 보러 갔었다. 그러면서 야구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 언니가 자주 가던 레코드 가게가 있는데 아줌마에게 내 동생이라면서 나를 소개시켜줬다. 그 후로 나도 거기로 음반을 사러 가기도 하고, 아줌마랑 친해졌다. 가게에 드나들며 아줌마랑 이야기 나누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내 취미가 음반을 수집하는 것이 되었다. 내 기억에는 야구장 가기, 음악 감상이 ‘나의 취미’로 되어있었는데, 그런 것도 언니와 동생과 동시대를 살면서 계속 주고 받았구나 싶었다. 그런게 느껴지니 ‘아 내꺼’랄 게 사실은 없겠구나 싶었다. 내꺼. 내 생각. 이런 것에 대한 경계가 조금 흐려진 느낌. 그런 게, (아주 가까운 관계인) 언니와 동생과의 관계에서 살펴지니까 더 실감이 나더라. ‘나’라고 되어있는 것도 사실 언니로부터, 동생으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되어진 것이구나. 동시대에 같은 문화권에서 산다는 것도 조금 생각해보게 되더라.
내관 끝나고 실제로 내가 어떤 환경 속에서 살고 있나 그 모드로 보게 됐다. 내관 마치고 스즈카 스터디 투어를 했다. ’사람들이 안심하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듣는 역할로서 해가고 있다’는 허브의 미요코상 이야기. ‘한사람 한사람이 정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것을 목적으로 팜을 운영하고 있다’는 스즈카팜의 나카이상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 스즈카에서 하려고 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을 키운다’ 라는 관점에 대해 관심이 좀더 생겼다.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직장에서 일을 한다라던지. 사람을 들어주는 사회라는 관점이라던지…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건 어걸까. 그런 걸 하고 싶다라는 기분은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사회를 할 수 있는 상태란 게 있을 것 같다.
내관 마치고 투어해보고, 그렇게 실제로 엄마 같은 마음으로 커뮤니티에서 품어주는 걸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구나. 이런 게 보여오니까 그런 방향으로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걸 하는데 있어서 내 상태는 어떨까, 사람을 들을 수 있는 상태라던가, 기분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상태라던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 방해하고 있는 걸까? 그런 걸 모르면 한발한발 나아갈 수 없겠구나. 이런 부분을 점검하면서 이후의 연수 기간을 지냈다. 한국 돌아온 지금도 그 부분을 서도 그걸 뜯어보고 싶다.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되어가는 상태로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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