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즈원 스즈카 커뮤니티 내관프로그램 참여자 인터뷰
9월의 세 명의 친구들이 일본 스즈카에서 내관 프로그램(이하 내관코스)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내관은 차분히 자신의 인생을 마주하며, 객관적으로 자신의 성립과정을 알아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가까운 주변사람들로부터 영향을 주고 받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서 자신에 대해 알아갑니다.
내관을 하며 느끼고 깨달은 소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 싶어 인터뷰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세 명의 내관코스 참여와 체류 이야기를 6회에 걸쳐서 소개합니다.
수정이 이야기 1. 내관코스 해보고
Q. 간단하게 자기소개
스물 여섯 살 남수정입니다. 2년 전 대학졸업하고 우동사로 이사와 살고있다. 같은 해에 비전화공방 제작자로 1년 활동했고 그후 볼음도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회사에 가서 돈 버느라 애쓰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서 우동사의 정훈과 같이 농사를 짓고 했다.
Q. 작년 8월부터 애즈원세미나부터 올해 9월 일본에서의 내관코스까지 참여했다. 스즈카의 코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유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도 볼음도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왜 괴로운지 몰라서 엄청 답답했다. 그 와중에 애즈원세미나에 참여했다. 그게 작년 8월. 세미나 후 괴로움의 원인을 알았다. ‘일이 잘 되어간다’ 라는 것을 내 중심에 놓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이 너무 커져있는 느낌. 그런 자신에 대해서 알아채긴 했지만, 그렇다고 괴로움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일이 잘 안된다고 혹은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 감정적으로 힘들어지는 것이 나에게 습관처럼, 어떤 패턴으로 형성되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미나 이후 원인을 알아서 그런지 조금은 가벼워졌다.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 있었다. 그후로 코스에 계속 참여하고 동네에서도 탐구모임도 해오고 있다. (소위 대안적이라고 하는)‘다른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Q. 이번에 내관코스에서 특히 살펴보고 싶은 부분이 있었나?
뭔가를 할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리고 가만히 있을 때 편하지 않고,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 초조함 같은 게 있다. 언제부턴가 어떤 이유로 내 안에 형성되었을텐데, 그것의 결과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일텐데 그 부분을 알고 싶었다.
Q. 내관에서 누구에 대한 기억을 살펴봤나?
부모님에 대해서 살피고 언니와 동생을 살폈다. 그 다음,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영향을 준 주변 사람들을 시기별로 쪼개어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엄마에 대해서 한 번 더 살펴봤다.
Q. 부모님에 대한 기억에서 어떤 게 보여졌나?
별로 사랑을 못받고 자랐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게 아니구나’ 알아졌다. 그 부분이 제일 컸다. 다정언니랑 ‘우리는 방치되어 살았다’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둘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서로 확인하면서 기정사실화되었다. ‘우린 의지할 데가 우리 말고는 없다’ 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개뿔...
엄마가 아침마다 머리를 묶어줬는데 어떻게 그렇게 매일매일 머리를 묶어줄 수가 있지? 상상이 안되더라. 가게 일도 하는 바쁜 와중에 밥도 매일매일 챙겨주고. 아빠가 매일 바쁘게 일만한다고 ‘우리 교육에 관심이 없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구나, ‘다 자식들 거둬 먹이려고 그렇게 일했구나’.. 그런 아빠가 보여왔다. 언니도 내관코스 들어갔는데 나와서 같이 엄청 웃었다. 엄마 아빠에 대해서 반성하면서.
Q. 언니 ‘다정’에 대한 기억에서 보여진 것이 있나
그동안 언니로부터 받은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뭘 그렇게 받았겠어’ 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없었으면 받지 못했을 것, 이 사람이 있어서 받은 것’. 이렇게 보니까 영향받은 게 정말 많더라. 어렸을 적에 대한 첫 기억이 5살 때 집에서 같이 약국놀이 하던 기억이다. 언니를 좋아해서 매일 같이 놀았다. 언니가 한 학년 높으니까 뭔가 새로운 문화랄까 선진문물을 가지고 오면 흥미로워하면서 배우고 같이 놀았다. 게임이든 뷰티 지식이든 입시에 대한 것이든. 영향받은 게 참 많더라. 어렸을 때 뿐 아니라 스무 살 넘어서도 그랬다. 둘도 없는 친구다. 그리고 뭐든 말할 수 있는 관계가 언니가 있어서 가능하구나 싶었다. 언니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이가 없는 경우도 많지 않나.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있었구나. 그런 게 느껴졌다.
Q. 동생에 대한 기억을 보면서는 어땠나
맨날 괴롭히고 시켜먹고 막 대하고 그랬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있다. 요즘도 동생이 그것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한다. 동생에 대해 살펴보면서는 그런 것도 있지만, 그래서 뭔가 ‘큰 문제다’ 라기보다는 동생이 잘 지내주고 있구나, 지금부터라도 잘해주면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는 ‘동생을 많이 괴롭혔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웃음) 좀 무겁게 생각한 게 있었다.
Q. 주변 사람에 대한 기억을 보면서는 어땠나?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기간을 나눠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 해드린 것, 폐 끼친 것을 살펴봤다. 마지막에 최근 2년을 봤다. 이것저것 한 게 많은데도 ‘볼음도 밖에 안했다’ 이런 느낌이 있었다. ‘최근 2년= 볼음도’ 이렇게. 그런데 볼음도에 대해서 살피기가 너무 싫었다. ’그래 뭐 이것저것 받은 게 있겠지, 당연히 내가 폐 끼친 것도 있겠지, 그래서 뭐어’, ‘아, 살피기 싫어’ 이런 상태. 사람에 대해서 잘 안 보이더라. 근데 갑자기 과거에 대한 기억을 보는 건데, 현재의 내가 무거워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지금의 무거움이 덧씌워져서 ‘살펴보기 싫다’고 몸부림치는 느낌. 볼음도에 대한 기억을 살펴보면서 처음으로 울었다. ‘하기 싫어어~’ 하면서.
면접을 하면서 ‘잘 안살펴지더라’고 말했다. (살펴진 이야기를 들어주는) 인터뷰어인 진짱이 '내관에서 세 가지, 해받은 것, 해준 것, 폐를 끼친 것를 살피는 것도 있겟지만,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를 살피는 것도 하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뭔가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왜 이렇게 무거울까’ 하고 조금 살펴지게 되었다.
Q. 볼음도 프로젝트,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왜 그렇게 무거워졌을까
살펴보니 ‘책임지기 싫다’가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더라. 그 이후에 드러난 마음이 ‘인정받고 싶다’, ‘잘 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싶다’ 였다.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어라는 마음이 바탕에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드러난 마음이 ‘돈 벌고 싶다’ 였다. ‘내 능력이 잘 쓰이면 좋겠다. 그걸로 인정받고 싶다’ 라는 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게 보이고 나니, ‘아, 내가 사람들로부터의 인정으로 움직였나’ 싶더라. 내 의지로 선택한 일이라는 거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는데, 인정받고 싶다는 것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타의로 움직인 것이 아닌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었나 하는 질문이 올라왔다. 내관에서 이렇게 보여온 것을 계속 살펴나가고 싶다.
Q. 구체적으로 지금까지의 기억과 다르게 전환되었던 것이 있나.
초등 2,3학년 때의 자신에 대해 의기소침해 있었다고 여겼다. ‘시금치처럼 축 쳐져 있었다. 주눅 들어있었다’라고. 그것에 대해 ‘아빠한테 많이 혼나서, 학교라는 환경이 주는 압박감에 그랬을거다’ 라고 나름 원인을 생각해왔다. 근데 내관하면서 그 같은 시기에 친구들이랑 노는 장면이 떠올랐다. 막 장난치면서 엄청엄청 재미있게 친하게 놀았다. ‘어! 그 두 가지가 같은 시기라고?’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내가 주눅 들어있는 아이’라고 생각하게 된 건 딱 한 장면 때문이었다. 그걸 두고 ‘나는 2,3학년 때 상태가 좋지 않았어’라고 기억하고 당시에 대해 어떤 문제처럼 인식했었다. 내관 하면서 그게 없어졌다는 것이, 별 거 아니게 된 것이 좀 큰 거 같다. 낯가린다. ‘한때 의기소침해있나보다’ 그냥 그렇게 받아들여도 되는데 ‘문제다’라고 문제화하면서 더 무겁게 되는구나. 좀 가벼워졌다.
또 하나는 어렸을 때 ‘우리 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해서 밤에 울었던 적이 있다. 초등학교 때 신문자습이라는 게 있었다. 2학년 때 시작되었는데 나는 참여하지 않았다.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도 많았다. 3학년 올라가서도 신문자습이 있었다. ‘신청할까 말까’ 하고 엄마한테 물었는데 ‘작년에도 안했으니까 하지마’ 라고 말했다. 그걸 듣고 ‘우리집이 가난해서 못하는 거다’라고 생각했다. 알고보니 (2학년 때와는 달리) 3학년 때는 애들이 모두다 신청을 했다. 나만 빼고. 선생님이 ‘정말 신청 안하는거냐’고 물었는데 우물쭈물 ‘네’ 하고 대답했다. ‘우리집은 가난하니까 나는 못하는거야’ 라고 혼자 생각하며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엄마한테 말하면 되는데 말하지 않고 왜 멋대로 ‘우리집 가난해서 못한다’고 생각했을까 이상하다.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을 거 같다. ‘뭐 사달라고 했는데 안사준다. 우리 집은 과자를 잘 안 사먹는다. 외식을 잘 안한다’. 이런 생각. 근데 기억을 살펴보니 그 시기에 아빠가 인라인스케이트도 사줬고, 치킨도 종종 시켜먹었다. 근데 어떤 것에 대해 ‘안사준다’라는 생각이 커지다보니까 ‘우리집이 가난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Q. 그런데 그때 부모님에게 왜 말을 못했을까, 부모님이 엄했었나
아빠가 좀 엄하시긴 했다. 그런데 지금도 좀 그런 것 같다 어른한테 말하기 어렵다. 내가 어떻게 하고 싶다라는 걸 표현하기 어렵다. ‘이렇게 말하면 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많이 신경쓰는 것 같다. 표현하고 싶은만큼 표현하지 못한다고 할까. 그런면도 있다. (동네에 같이 사는) 금자언니가 나에게 ‘낯 가리는 관종’ 이라며 그게 제일 어려운 케이스라고 했다.(웃음) 낯 가리면서 동시에 관심받고 싶어한다면서.
Q. 기억을 살피는 작업이 힘들지는 않았나?
지루해 죽는 줄... 뛰쳐나가고 싶었다. 산책하고 싶다.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싶다 등등(내관 프로그램 중에는 화장실 가는 것 이외에는 방 밖을 나가지 않는다) 처음에는 딱 앉아서 어렸을 때 기억부터 떠올리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근데 몇 번 하다보니 계속 똑같은 걸 보는 것 같았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아무도 없겠지 그때 산책을 나가볼까 하고 탈출 아닌 탈출 계획도 세웠다. 한번도 일찍 일어난 적이 없어서 매번 실패했다.
나중에 생각했는데 ‘아 답답해’하는 반발심이 일어나는 것이, ‘아 기억하는거 좀 쉬고 싶다’ 느낄 때 ‘그래도 살펴봐야지, 집중해야지’ 하니까 더 하기 싫어진 게 아닐까 싶다. 쉬고 싶으면 쉬어도 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관에서 별로 보여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후에 내관 다녀온 소감 이야기 나누면서는 그래도 꽤 발견된게 많구나 싶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내관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근 5년 정도는 내관을 다시 안할 것 같다. (먼저 내관코스에 참여했던) 정인언니로부터 ‘내관은 90년대생한테는 안맞는다’고 듣고는 격하게 공감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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