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즈원 스즈카 커뮤니티 내관프로그램 참여자 인터뷰
9월의 세 명의 친구들이 일본 스즈카에서 내관 프로그램(이하 내관코스)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내관은 차분히 자신의 인생을 마주하며, 객관적으로 자신의 성립과정을 알아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가까운 주변사람들로부터 영향을 주고 받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서 자신에 대해 알아갑니다.
내관을 하며 느끼고 깨달은 소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 싶어 인터뷰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세 명의 내관코스 참여와 체류 이야기를 6회에 걸쳐서 소개합니다.
수정이 이야기2 : 스즈카에 체류하며
Q. 내관코스 후에는 어떤 일정을 보내고 왔나
- 진짱, 아짱과의 이야기 : 하지않으면 안되는 것이 정말 있을까?
내관코스에서 나와서는 진짱이랑 이야기를 나눴다(진짱은 내관에서도 인터뷰어로서 수정의 이야기를 들었다). ‘볼음도에 대해 생각하면 무거워질까’, ‘돌아가서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 등 주저리주저리 볼음도 이야기를 했다. 그때까지도 ‘그만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듣고는 진짱이 이야기했다. ‘수정이 안에 ’뭔가를 해내고 싶다‘라는 것과 ’자신의 지닌 맛(능력)이 잘 쓰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함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어딘가 무리하면서 ‘괜찮다 괜찮다’며 스스로를 다독여가는 느낌이다. 그런 거라면 지금은 일단 놓아보면 어떨까’
이야기를 듣는데 안심되는 느낌이 있었다. ‘나 정말 쉬어도 될까?’ 뭔가 허락받는 느낌. 집짓는 일이 어렵다. 전문가가 아니라 쉽지 않다. 걱정된다. 하지만 해내고 싶다. 해보자. 이런 상태였다. 그걸 누군가 알아준 느낌일까. ‘쉬어볼까’ 하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
짧았지만 아짱과도 걸어가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아짱이 참으로 시기적절하게 왔다면서 ‘뭔가 하지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게, 하지않으면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들수록 멈추어보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 이야기해주었다.
**편집자주 : 수정이는 작년부터 볼음도에서 몇몇 동네친구들과 농사와 집짓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싶고, 농사로 생활에 필요한 비용도 마련하고 싶고, 누군가는 퍼머컬처의 터전을 만들고 싶고, 혹은 공동체의 가원(家園)을 만들고 싶고. 누군가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고 등등 여러 바램들이 만나서 볼음도 '섬데이' 프로젝트가 되었다. 2019년 9월에 비밀의 정원이라고 매입한 터전에 농가주택을 짓기로 하고 준비해오고 있었다.
- 아카데미생과의 미팅 :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보여오는 상태...
흥미언니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사람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 안다. 나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 안다. 그것을 알게되면 알면 본래의 내가 보여온다’는 말을 했다. 자신의 경험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느낌. 브라질에서 온 디에고도 비슷하게 이야기했다. ‘나’라고 하는 것에 여러 가지가 있다. 자신의 감정도 있고, 생각도 있고, 기억도 있고 등등. 이런 것들이 분리되서 보인다면(이런 것들을 따로 떼어 볼 수 있다면),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게 보여온단다. 되게 생소한 이야기였다.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왜 볼음도 프로젝트를 하려고했나. 멋져보이려고 한 것 같다. 이런 말을 달고 살았었다. ‘전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발상이 좀 어색하다. 하지만 여전히 내 안의 깊은 곳에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고 싶다’라는 게 있다. 내관하면서 그 부분이 보여졌다. ‘내가 정말로 그런 걸 하고 싶은걸까’ 큰 의문이 들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궁금하다’라고 했더니 디에고가 ‘그건 알아가다 보면 보여오더라’고 이야기했다. 나도 그걸 찾고 싶다했다. 디에고가 뭘 하면서 찾을 생각이냐고 물었다. ‘잘 모르겠지만 인생코스에 들어가보려고 한다’고 답하니, ‘좋은 출발인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웃음)
- 식사회 : 폭탄선언이 아니라 다만 보통의 수정이 이야기
나카이상댁 가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카이상 너무 재미있다. 정곡을 찌르는 표현을 잘 하신다. ‘볼음도 안해볼까 한다’고 했더니 ‘일을 계속하는 이야기보다 그만두는 이야기가 더 재미있지’라고 하셨다. 당신도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해봤지만, 일을 시작하면 좀처럼 안하는(중단하는) 선택지는 잘 고려하지 않게 된다고 하셨다. 더 잘 하는 쪽으로만 생각하고. 그만둔다는 것은 재미있는 주제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만두는 것에 대해 폭탄선언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그건 폭탄선언이 아니라 보통의 이야기야. 볼음도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의 수정의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때 ‘그래 별거 아니지, 정말 별거 아니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다. 힘을 많이 빼주셨다.
Q. 한국에 돌아와서 볼음도 멤버들과 이야기하면서는 어땠나?
돌아와서 정훈이랑 이야기하는데 ‘볼음도를 안하고 싶은건가? 그만두는 것을 하고 싶은건가? 그런 건 아니겠구나’ 싶었다. 볼음도 일이라는 게 정해져있고 그래서 내가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었구나. 볼음도 프로젝트를 통해 뭘 하고 싶은지, 그 알맹이를 알고 싶다. 그 알맹이를 찾았는데 볼음도라는 환경에서는 그걸 실현하기 더 어려운 것 같다면 안해도 되고, 볼음도에서 해나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해가는 거구나. 때려친다! 이런 걸 하고 싶은 것은 아니구나.
집을 짓는다는 것이 무겁게 느껴지고, 볼음도에 매주 가야한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웠다. 정훈이랑 이야기하는 것도 싫었던가.(웃음) ‘난 그렇게 안하고 이렇게 하고 싶어’ 이런 얘기를 정훈한테 잘하지 못하는 건가?
지금은 ‘볼음도 했던 것들이 다 싫어’ 이런 기분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놀 때는 재미있었다. 정훈도 수정이가 볼음도를 하면서 내내 싫어했다거나 그런 느낌은 없었어라고 이야기하더라.
그래도 정훈의 이야기가 ‘돌아올 줄 알았어’ 이렇게 들릴 때는 괜히 싫은 기분, 지기 싫은 마음이 일어나더라.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또 일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리니 ‘나 이제 안할거거든!’, ‘아직은 아니라고’ 하는 반발감이 올라오더라.
Q. 볼음도 프로젝트를 멈추었는데 요즘 일상은 어떻게 보내나
지금은 흥청망청 지내고 있다. 하루의 깨어있는 시간의 반 이상을 유투브를 보고 있다.(웃음) 오늘부로 다이어트 시작하려고 한다. 활기찬 삶을 위해 운동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제 슬슬 일상을 찾아야지’하면서 나도 모르게 할 일을 찾고 있더라.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뭔가 해야할 일을 찾으려는 느낌.
Q. 마음껏 잉여질 하고나면 더는 하고 싶어지지 않을 때가 오지 않을까. 좀더 놀아도 될 것 같다.(웃음) 10월에 인생을 알기 위한 코스에 참여한다. 특별히 자신의 테마가 있나?
너무 거장한 것 같기는한데 ‘내가 왜 사는가’ 존재의 이유랄까. 그런 커다란 줄기를 알면 오늘 뭐할까 이 일을 하는 게 좋을까 안좋을까 등 이런 것들을 쉽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지 지금은 큰 줄기가 잘 안보이니까 어려운 것 같다.
흥미언니가 ‘예전에 뭘 해도 어느 지점에서 허무해지는 순간이 오더라’며 그것은 자신이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한 것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공감됐다. 내 인생은 뭘까. 그 부분을 살펴보고 싶다.
수정이 인터뷰 끝
* 무엇을 하려는 인생인가? 수정이의 질문은 곧 나의 질문이기도 하다. 아마 누구나 갖는 질문이지 않을까. 나도 일본에 있을 때 흥미로부터, 집중해서 하고 싶은 일이 생기게 된 과정에 대해 들었다. 흥미에게 있어 ‘인생에서 이런 걸 해가고 싶다’는 게 꽤 분명하게 스스로에게 보여온 느낌이었다.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알면 하게 된다는 것이 그런 말일까. 10월에 한국에서 열리는 인생코스에 여러 친구들이 참여한다. 수정이에게, 참여한 각자에게 어떤 것들이 보여질까? 수정이의 인생코스 이야기가 벌써부터 듣고 싶어진다.
** 인터뷰어로 함께한 재원이가 얼마전 들었다며 정토회의 ‘스님의 하루’ 이야기를 들려줬다. 법륜스님의 미국 순회 강연회에서 어떤 참석자가 ‘열심히 살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까’ 질문을 했단다. 스님 왈 ‘소가 풀 뜯어먹는데 ’열심히 뜯어먹어야지‘ 하는 소가 있나. 그냥 먹지 않나. 동물들이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뭔가를 하던가? 자연스럽지 않지 않나’ 하셨단다. 재미있게 들었다며 재원이 덧붙인다. ‘열심히! 이런 것 없이 정말 자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윽~ 하게 되는 삶이면 참 좋겠다.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걸 어떻게 억지로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들으면서 그렇게 저절로 되는 삶이라면 참 좋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되는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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